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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천문학입문기

일상 속 천문학 현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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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보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물론이고,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때로는 태양이 한순간 사라지거나 달이 붉게 변하는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주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식, 월식, 조석 같은 천문 현상들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지구와 달, 태양 사이에서 일어나는 중력과 공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우주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더 깊이 알 수 있습니다.

1.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 일식과 그 원리

일식은 태양, 달, 지구가 정확히 일직선으로 배열될 때 발생하는 천문 현상입니다. 즉,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가 태양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일식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경우입니다. 이때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태양의 가장 바깥쪽 대기층인 코로나가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기일식은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지속 시간도 몇 분 정도에 불과합니다.

부분일식은 달이 태양을 일부만 가리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자주 관측할 수 있으며, 개기일식보다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부분일식이 진행되면 태양이 둥근 모양이 아니라 일부가 베어 먹힌 것처럼 보입니다.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의 중앙을 가리지만, 태양의 가장자리는 남아 있어 마치 금반지(금환)처럼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는 달의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형이기 때문에 어떤 때는 지구에서 더 멀어져 작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식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달의 공전 궤도가 지구 공전 궤도(황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달이 태양과 겹치는 날(음력 초하루)이라도 대부분은 지구의 위나 아래로 지나가면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식이 일어나는 날이면, 많은 천문 애호가들이 이 장관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일식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 보호입니다. 태양을 맨눈으로 바라보면 심각한 시력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일식 관측용 필터가 있는 보호안경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렌즈가 타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  달이 감춰지는 순간, 월식과 그 원리

월식은 일식과는 반대로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될 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즉, 달이 지구의 뒷편에 위치해 태양빛을 받지 못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월식도 종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개기월식은 달 전체가 지구의 본그림자(엄브라) 속에 들어가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붉은빛을 띠는 ‘블러드 문’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태양빛 중 파장이 긴 붉은색 빛이 달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부분월식은 달의 일부만 본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이때는 달의 한쪽 부분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잘려나간 듯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반영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가 아닌 반그림자(페나브라)에 들어갈 때 발생합니다. 이 경우 달의 밝기가 평소보다 약간 어두워지는 정도이므로 눈으로는 쉽게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월식은 음력 보름날에만 발생하는데, 이는 달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태양빛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달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일식과 마찬가지로 달의 궤도가 기울어져 있어 대부분의 보름날에는 지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월식은 맨눈으로도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이용하면 더욱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개기월식 중 달이 붉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신비로운 우주의 법칙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3.  바닷물이 움직이는 힘,  조석 현상

조석(潮汐)은 바닷물의 수위가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으로, 흔히 ‘밀물’과 ‘썰물’이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은 주로 달과 태양의 인력(중력) 때문입니다.

달과 지구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하는데, 달이 지구를 끌어당기면서 바닷물도 함께 끌어당겨집니다. 이때 달이 위치한 방향의 바닷물이 볼록하게 솟아오르면서 밀물이 발생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반대쪽에서도 밀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구 자체가 달의 인력에 의해 살짝 당겨지면서 반대편 바닷물도 솟아오르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달과 반대쪽에서도 밀물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달은 중력을 가지고 있고, 이 중력은 지구에도 작용합니다. 특히 물이 달의 중력에 가장 쉽게 반응하는데, 달이 있는 방향의 바닷물이 달 쪽으로 당겨지면서 볼록하게 솟아오릅니다. 이 때문에 그 지역에서는 밀물이 생깁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나오는데, 달이 지구를 끌어당길 때 지구 전체가 살짝 달 쪽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바닷물은 지구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 본체가 달 쪽으로 당겨지는 동안 반대쪽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뒤에 남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반대편 바닷물도 밀물이 되어 볼록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지구에서는 달이 있는 쪽과 반대쪽, 두 곳에서 밀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반면, 밀물이 아닌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썰물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을 하루에 두 번씩 반복하면서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 바로 조석 현상입니다.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 때문입니다. 지구는 약 24시간에 한 번씩 자전합니다. 그러면서 한 지점이 달과 마주했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달이 있는 쪽과 그 반대쪽, 두 곳에서 밀물이 발생합니다. 이제 우리가 특정한 해안 지역에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처음에 달이 머리 위 가까이에 있으면서 밀물이 옵니다.  지구가 약 6시간 후 자전하면서, 밀물이었던 곳이 점점 썰물로 바뀝니다. 지구가 12시간 후 반 바퀴를 돌면, 반대편 밀물이 도착합니다. 다시 6시간 후 썰물이 되면서,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하루(24시간) 동안 밀물 2번, 썰물 2번이 일어나게 됩니다. 대략 6시간마다 바닷물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죠.

 

태양도 조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달과 태양이 함께 작용할 때는 조석 차이가 커지고, 서로 방해할 때는 작아지는 원리입니다. 우리가 조석을 이야기할 때 보통 달의 중력을 떠올리지만, 사실 태양도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서 바닷물을 끌어당깁니다. 하지만 태양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조석에 미치는 영향은 달보다 약 2.4배 정도 약합니다. 그래도 태양과 달이 함께 작용하면 더 강한 조석이 발생합니다. 달과 태양이 같은 방향에 있는 보름달(망)과 초승달(삭) 때는 태양, 달, 지구가 일직선이 됩니다. 이때 달과 태양이 같은 방향으로 바닷물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밀물은 더 높아지고, 썰물은 더 낮아지는 강한 조석이 발생합니다. 이 현상을 '사리'라고 합니다. 즉, 바닷물의 차이가 가장 극심한 때가 바로 사리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달과 태양이 직각을 이루는 상현달과 하현달 때는 태양, 지구, 달이 직각(90도)을 이루게 됩니다. 이때 태양은 한쪽 방향에서 바닷물을 끌어당기고, 달은 다른 방향에서 바닷물을 끌어당깁니다. 결과적으로 서로의 힘이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조석 차이가 줄어듭니다. 밀물이 그렇게 높지 않고, 썰물도 그렇게 낮지 않게 됩니다. 이 현상을 ‘조금’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조석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캐나다의 펀디 만으로, 밀물과 썰물의 높이 차이가 최대 16m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강화도와 서해안에서 조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태양과 지구의 정교한 움직임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뒤덮는 월식, 그리고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조석 현상까지 이 모든 것들은 우주의 법칙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들이 신비롭고 두려운 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는 과학을 통해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리를 안다고 해서 우주의 경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행성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깨닫게 되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오늘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을 바라보거나 바닷가에서 밀물과 썰물을 지켜보세요.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우주의 힘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단순히 지구 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일부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